어느 날, 욕실 바닥에 하얀 가루가 보였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매립형 전등에 녹이 나고 있었다.
난 녹에 학을 띤 사람으로... !@#$%^&
2022.07.01 - [정보창고] - 신차가 녹차로 변하는 슬픈 보고서 (1/2)
욕실 전등 문제라고 생각했고
녹슨 부위만 보수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점점더 칠이 벗져져 내리고 녹 제거한 부분에 녹이 더 심해졌다.
전등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특정 부분만 칠까짐이 일어났고...
욕실 점검구를 열어보게 된다...
그리고
.
.
.
.
.
관 아랫쪽에 뭔가 누런게 새서 쌓여있는 것을 보았다.
그 물질이..(나중에 알고보니 변기 오수관 ㅡ,.ㅡ)
천장 철재 프레임까지 녹으로 도배를 해놓고 있었다....
옆에 작은 관에서는
동굴에서만 보던 고드름이(?) 맺혀 있다.
하아.. 이거 누수인가.
관이 내려오는 틈을 실리콘으로 막아볼까..
셀프수리를 생각해보았으나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겠다는
찌리릿이 발동했다.
(다른 천장 쪽으로 흘러가서 새겠지?)
수많은 누수사례를 검색해 본 결과
아랫층은 임시조치 밖에 안되며
윗집의 수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욕실 천장 배관은 윗집의 재산이므로
하자가 발생할 경우 수리를 해줘야 한다. (공용배관일 경우, 관리실)
하지만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아 비협조적인 이웃들도 더러 존재한다.
소송까지 가기도 하고.. 감정싸움까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관리실에 연락했다.
몇일 후, 관리실에서 사람이 와서 보더니
윗집 아저씨를 데려왔다. (몇 년을 살았는데 얼굴을 처음 봤다.)
관리실 직원은 윗집 누수가 문제니 두 분이서 해결하시면 됩니다.
저는 가볼게요. 하고
퇴장한다???
윙??? 원래 이런건가? 공증같은 건가?....
관리실: 윗집 누수 수리ㄱㄱ? 이런 느낌인데..
윗집: 싫어염 하면 어떻게 되는겨..
정신이 잠깐 혼미해졌다.
윗집 아저씨도 당혹스러운지 누수업체에 연락을 하겠다고 돌아갔다.
그리고 방문 약속을 잡고 누수 업자를 데려오셨다.
욕실 점검구를 열고 위에서 물을 내려보라
여기저기 육안으로 살펴보더니
방수층 문제네요. 위에 공사해야 됩니다.
아랫집은 할게 없어요.
하고 쿨하게 퇴장하셨다.
난 뭔가 전문적인 장비 들고와서 누수탐지도 하고 열화상 이런거 쓰면서.. 기대했는데..
유튜브는 이렇지 않았다고!!
짬밥의 바이브일까?!
점검 당시 얼마 정도 나오나 넌지시 여쭙자
200정도 나온다고 했다. (비싸네...)
위에서 비용 문제로 공사를 거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다.
(참고: 일상책임보험이 있을 경우, 보험처리 가능)
다행히 윗집 아저씨가 공사일정을 잡았다고 말해주었다.
몇일 후, 아파트 전체를 울리는 진동이 울리고
공사는 마무리되었다.
원칙적으로 누수 수리 이외에 피해 내용도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도배, 전등, 녹 등)
누수처리를 바로 처리 해준것이 고맙기도 하고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자체 해결 하기로 하고 전등을 탈거했다.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금이라도 보상을 해달라고 해야할까...?
당신이 윗집이라면 네~ 해드릴게요 하겠음?
마음을 가다듬고 천장 녹을 제거하고
양털유 뿌리고 좀 닦아주고...
자동차 편에서 사용했던 아연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계속 요긴하게 쓰는게 뭔가 슬퍼짐)
환기가 잘 안되는 곳이라 냄새가 상당하다;;
몇 일 동안 빼주어도 미묘하게 남아있었다. (지금은 안남)
전등도 녹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아서 대체할 만한 제품이 있나
검색을 몇일 동안 해봤지만...없었다.
비슷한 사이즈는 전혀 없었고..
전등에 붙어있던 회사는 대량납품을 하는 곳이다.
결국 녹을 제거하고 도색해서 사용하기로 한다.
락카 스프레이 흰색과 투명을 구입했다.
기존 칠을 벗겨내고 싶었지만.. 힘들다.
그냥 녹만 제거하고 열심히 뿌려준다....
말려준다.
반복X10
건조 후, 전등을 재조립했다.
몇일 후.
공사가 제대로 된걸까 싶어 욕실 점검구를 열었다.
큰 관에서는 새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작은관에서는 물이 맺혀 있었고 떨어진 흔적도 있었다.
색종이를 붙여서 정도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추적관찰 시작!
몇일 동안의 자료를 모아서... 윗집을 방문했다.
부담스러워 나름 정관장도 준비했다.
(이유없이 죄짓는 기분이야)
공사 잘하셨냐고 그런데 물이 아직도 좀 새는거 같아
AS 받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왔다고 말했다.
준비한 사진과 영상도 문자로 보내드렸다.
좀 미묘하게(?) 새는거라... 아래 뭐좀 대놓거나.
규조토 같은거 올려 놓을 생각까지 했다.
규조토는 현재 발판으로 사용중이다ㅎ
누수업자가 몇일 뒤 늦게 재방문했다.
욕실 점검구를 또 열더니 쿨하게 또 훓어본다.
(이번에야말로 전문장비가 나오겠지?!)
또다시 육안으로 대충 훓어보더니~
공사한 쪽 옆 샤워실 방수층도 문제네요.
언제 공사할게요.
하고 쿨하게 퇴장하신다.
몇일 뒤... 또 아파트 전체를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두 번의 공사가 끝났고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는데...
윗집의 윗집에서 누수가 된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공사를 하면서 혹시나 싶어 욕실 점검구를 열어 봤나보다.
윗집의 경우 전등 근처가 아니어서 몰랐는데...
누수가 되고 있었단다.
윗집의 윗집도 당황
쿨한 누수업자가 공사를 수주했다는 후문이...
(윗집 누수도 내가 고쳐준건가)
몇일 뒤, 아직 누수가 일어나는지 확인 연락이 왔다.
약간의 물비침이 보이는 거 같긴했지만
쿨한 업자도 뭔가 믿음이 안가고ㅎ
더이상 문제 삼고 심지 않았다.
계속 연락하는 것도 뭔가 스트레스고...
마지막으로 확인하기로 하고 색종이를 매달았다.
몇일 후...
물이 샌 흔적이 없었다.
포기하니까 잡힌건가.
이렇게 몇 주간의 누수파티는 끝이 났다.
언젠가 아랫층도 샐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그렇게 나는
조용히
화재보험을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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